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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석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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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23 14:25 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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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님,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최재석 작가입니다. 저는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건축회사에 잠시 근무했습니다. 건축현장에서의 일이 제게 잘 맞지 않는 것같아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를 더하게 되었습니다. 유학을 다녀와서 가천대, 청주대, 목원대에서 설계디자인 강의를 맡다가, 원주 소재 한라대에 임용되면서 교직에 몸담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대학 졸업후 3년 남짓 짧은 기간 동안 건축실무를 쌓았지만, 학생을 가르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과거의 경험들이 버릴 것이 하나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공이 건축이고, 건축관련 일을 하셨는데, 어떻게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셨나요

아주 오래전, 초중고 때 미술부 활동을 했습니다. 미대보다는 건축을 선택하여 진로가 달랐지만, 실무나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그리고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학생을 가르칠 때도, 건축과 미술은 떨어질 수 없는 한통속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미술분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진 것은 대학원에 입학하고 난 다음입니다. 건축전공 전용도서관이 있어,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에 들려, 디자인 책은 물론 미술관련 서적들을 즐겨 봤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말레비치, 몬드리안과 같은 추상화가들의 작품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이때, 제가 생각한 이상적인 모델을 근대 추상미술에서 찾았던 것같습니다.

특히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가들 중에 몬드리안이나 말레비치의 그림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하여 설계디자인에 적용한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저는 여기서 힌트를 얻어, 개념주의(conceptualism)라는 주제로, 대학원 석사논문을 썼습니다. 건축디자인과 추상미술의 연관성에 대한 서술입니다.

교직에 있으면서, 주로 건축색채나 도시색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공모전이나 초대작가전에 출품한 작품도, 대부분 색채 실험에 관한 것입니다. 교직을 그만두었을 때, 완전한 자유를 얻은 기분이었는데, 어딘가에 구속되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을 처음 만끽했습니다. 그동안 시간이 날 때만 그림을 그렸는데, 지금은 남산 아래, 작은 작업실을 마련하여 그림 그리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학생으로 계속 남아라. 배움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폭삭 늙는다`는 세익스피어의 교훈을 가슴에 새기며, 그리는 행위 자체를 넘어 배우는 자세를 지속하고자 합니다.


작품이 상당히 모던하고 디자인적인데, 작품에 대한 설명 부탁합니다.

건축디자인은 실현 가능하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미술분야보다 제한적인 것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건축디자인은 일정한 규칙성을 가져야 해서 미술만큼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제가 관찰하고 분석한 말레비치나 몬드리안의 그림에서는 이런 우려를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절대 추상성은 건축디자인에 적용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몬드리안 구성은 어느 정도 규칙성을 갖고 있어, 건축디자인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몬드리안이 초기에 실험한 그리드 체계는 건축디자인 분야에서도 많이 적용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건축디자인의 모델이 되었던 몬드리안 그림은 이제 제 그림의 바탕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몬드리안뿐만아니라 같은 시대에 활동한 기하학적 추상화가의 작품도 알고 싶어, 몬드리안이 참여한 '더 스테일' 예술운동의 이념과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당시 활동한 추상화가의 작품을 분석하고, 따라 그리면서, 도대체 절대 추상화가들은 어떤 과정으로 그림을 그렸을까 궁금했습니다. 따라 그리면서 변형시키고, 새롭게 재구성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런 실험 과정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스스로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첫 개인전시(2022) 때, 브로쉬어에 무슨 얘기를 해야 되나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설명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당신 컨셉은 뭡니까?라는 직설적인 질문에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첫전시에서 고민한 흔적들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 주제에 대해서 설명 부탁합니다.

이번 전시 주제는 `기하학적 색면 실험`으로 정했습니다. 너무 평이해 보일 수도 있고, 진부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뭔가 독특하고 철학적인 주제가 그림을 돋보이게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우리 일상에서 자주 보게 되는 기하학적 요소들을 작업으로 전환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런 물리적 환경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든 구조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한 연구자에 따르면,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전 생애의 90%는 실내에서 생활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여러분이 100살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90년은 실내에서 생활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내는 실내공간을 쭉 둘러보면 거의 대부분 크고 작은 기하학적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때로 이런 기하학적 사물들의 형태를 바꾸기도 하고 색을 바꿔 칠하기도 합니다. 이런 시각적 대상들을 의식적으로 변화시켜, 새로운 가능성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이런 일상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변화와 변형에 대한 의도적인 접근이 일정한 시간대에 머물지 않고, 계속 바뀔 수도 있다는 전제로 `실험`이라는 용어를 붙여, `색면 실험`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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