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천새록 작가님, 이번 전시준비하느라 몸이 많이 아팠다고 들었는데 건강은 좀 어떤가요?
네. 제가 작년에 해외에서 작업하다가 한국에 온지 얼마 안되는 시점에서, 슈갤러리 관장님께서 개인전을 제안하셔서,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어깨와 몸에 무리가 많이 간 것같아요. 치료를 받으며 작업하느라 좀 고생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작업을 마쳐서 뿌듯합니다.
네 정말 고생많으셨어요. 그래도 이렇게 멋진 작품들을 완성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작가님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지구와 환경보호에 관해 시각적 명상을 통해 변화 가능성을 탐구하는 천새록입니다. 주로 유채, 과슈, 아크릴을 매체로 사용하지만, 캔버스와 종이 재활용품까지 가능한 모든 재료를 결합하여 작품속에 구현하고 있어요.
구상과 추상적 형태를 오가며, 결합을 통해 인식의 변화를 이끌고, 다양한 상황과 가능성을 상상하게 하는 접근방식을 작품세계에 담고 있어요.
작품들이 요즘 한국 미술계의 일반적 스타일과 다르게 상당히 진지하고 서사적인데, 작품에 대한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시다시피 저는 지구와 환경 보호에 관한 사회적 언어를 작품에 담아내고 있는데, 주로 인간과 자연의 역할과 상황을 역전시켜, 감상자가 자율적 해석에 기반하여 현재의 인식과 문제를 재조명하도록 합니다.
그 과정에서 어둡고 부정적인 결과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 물아일체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어요.
실제 제가 겪은 일, 트라우마, 사회문제로 크게 주목받았던 사건들, 그리고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과 경험을 토대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님 작품들에서 펭귄이 많이 나오는데, 특별히 펭귄을 작품에 등장시키는 이유가 있을까요?
환경에 관한 연작 프로젝트를 정하는 단계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시각적 요소를 극대화하려면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분 짓는 차이점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직립보행 이었어요.
펭귄은 직립보행이 가능하고, 게다가 머리와 신체 비율까지 실제 성인과 비슷하기에 인간이 취할 수 있는 동작을 표현할 수 있거든요. 북극과 남극에 서식하기에 기후변화 문제를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고, 또 서구에서는 대도시와 공원, 수영장, 콘서트장까지 등장하여 재미있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기에, 지구와 자연을 대표하는 상징체로 형상화 했어요, 작품 속에서 인간과 생명체인 펭귄의 역할을 전도시켜,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가 직면한 위기와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고, 역설적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해학적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참, 작년 몽골에서 레지던시 작업을 하셨는데, 몽골에서의 작품활동과 특별했던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수 있을까요?
작년, 레지던시 작가로 몽골에 초청되었을 때, 체류를 하며 작품활동을 하는 도중 현지에서 국내외 컨템포러리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하는 아트 캠프에 초대 받았습니다. 국적은 다 달라도 한낮의 더위, 폭우, 추위까지 일주일간의 변화무쌍한 날씨를 경험했고, 실내와 야외를 오가며 작업했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아요. 폭우와 바람에 작품 걱정을 해야할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넓은 초지와 산을 따라 강이 흐르는 아르항가이라는 대자연 속에서 자연의 리듬에 집중하여 느끼고 정기를 받고, 같이 호흡을 하는 방식을 체득하며 작업했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해요. 그때 저는 한지를 채색하고 붙이며 다른 매체와 결합하는 작업을 했어요.

또, 방카르라는 유목민과 가축들을 지켜주는 현지 전통 견종이 있는데, 우리 아트 캠프 주변에서 자주 마주쳤어요. 성격이 유순하고 그득한 눈동자를 가져 쉽게 친해질 수 있었어요.
몽고에서는 이들이 죽으면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사체를 두는 장례 풍습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개의 꼬리를 잘라 목을 받쳐주고, 입에 풍요를 상징하는 버터를 물려준다고 해요. 이는 이들이 내세에서 자신의 가족 아이로 태어나기를 기원하는 풍습으로, 비록 동물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영혼을 위로해주는 모습을 보며, 저 역시도 자연과 그들의 생명에 대한 존중에 감사함을 느꼈어요.
저는 그곳에서 이방인, 관찰자, 현지에서 동시대를 함께 사는 존재이기도 했는데, 외부의 물리적 영향, 내적 변화, 에너지와 나를 이루는 본질은 무엇인가 탐구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전시 주제가 임계 Threshold인데, 이 임계라는 타이틀이 뜻하는 것이 뭔가요?
우리는 모두가 유형의 상태로 현재 세계에 유입되어 격변하는 시대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익히 알고 있던 세계와 인식은 어느 순간 물리적 세계에 국한되지 않고 정신적으로도 그 임계 바로 아래, 가까이 혹은 그걸 넘어서는 순간을 맞이하고, 우리는 두려움과 고통을 겪기도 합니다. 원치 않았지만 우리가 지키고 싶었던 것을 잃고, 아파하는 경험도 반복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임계가 어딘지 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남아있는 두려움에 허우적거리고 흔들려도, 부재와 공포가 남긴 무게까지 견뎌내는 것은 결국 취약한 나와 당신이라는 있는 존재, 불완전해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 자체로 구분없이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 정신의 본질이었습니다.
우리가 임계점에서 겪는 다양한 감정과 변화와 경계를 넘을 때 수반되는 고통까지 긍정의 에너지로 승화한 작업의 결과로 이를 나누고 축원하는 의미를 갖는 주제의 작품을 이번 전시를 통하여 선보이고자 합니다.